지난해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 인상 발표 직후 온라인상에 비싼 생리대 가격 때문에 대체품을 사용하는 저소득층 소녀들 이야기가 올라왔다. 올라온 글들에 따르면 저소득층 소녀들은 생리대 대신 휴지나 신발 깔창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야기는 뉴스로 보도되면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주 잠깐 면세나 비과세 소모품을 제작 판매하는 모든 업체에서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하는 일정 부분을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해주면 어떨까 생각을 확대해 보았지만, 여기에선 오로지 생리대를 구매하지 못하는 소녀들에게 집중했다.

 

일주일 동안 결석한 여학생을 찾아가 안부를 묻는 선생님에게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수건 깔고 누워 있느라 출석을 못 했다는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먼저 스치는 생각은 대체 얼마나 가난하면 생리대를 살 수가 없을까?’. 그리고 두 번째는 만약 선생님이 남자였다면 이 소녀의 대답은 어땠을까?’. 나 같아도 진솔하지 못했을 듯싶다. 어물어물하며 다른 핑계를 댔을 것이고 남자 선생님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겠지그러면 이 소녀는 또 다른 답답함과 서글픔, 상처를 품었을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그달은 그렇게 버텼지만, 다음 달이라는 한정된 기간 안에서 불안과 의기소침은 증대될 것이다. 그것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그 소녀는 어떤 여성으로 성장하는지 또한 친구에게 좀 나눠 쓰자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그 고립감은 어느 정도 인지가늠조차 힘들다. 면이나 가재로 생리대를 만들어 착용하라는 일부 남성들의 댓글들밖에서 생리대 교환 후 그럼 착용했던 생리대를 갖고 다니라는 건데 한여름엔 어쩌라는 말인지? 이 말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것이고 그래서 그 소녀는 등교하지 않고 집에 있는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닐까?

 

그 소녀는 그 일주일을 지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시 잊자고 TV를 보거나 게임을 했을까? 아님, 가난을 끝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을까? 만약 후자라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을 보이므로 아마 집에 있지 않고 학교에 갔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집에 있던 그 소녀는 소극적인 성향일 것이고 타인과 아주 많이 다른 별스러운 존재라고 느꼈을 것 같다.

처음엔 가난이 괴롭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돈이 많이 드는 여자로 태어난 것을 원망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가난과 여자는 치욕이라는 “=” 가 성립되면 자존감은 떨어질 것이다.

어느 누군 가난은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했지만, 이 소녀들에겐 가난은 무기력과 공포로 각인 될 것 같다. 가난은 슬픔을 동반한다. 이 슬픔이 반복되어 누적되면 비루함이 내재한다고 스피노자는 말했다. 비루함은 노예의식인데 21세기에 비루함이라소녀들이 각자 주체가 되어 삶을 운영할 수 있는 여성이 되었으면 싶다. 생리대는 복지가 아니라 인권이라는 말엔 상당부분 동의한다.

 

이지앤모어라는 사이트에서 모어박스를 구매하면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이지박스(생리대)를 지원한다고 해서 접속해 보았다. 그런데 그 박스엔 내게 필요 없는 물건들이 상당수 들어있다. 이번 한 번은 살 수 있겠지만 매달 소녀들에게 필요한 생리대를 위해 불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산다는 것은 약간 이상하다.  조금 더 나은 이지앤모어가 되기를 바라며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싶다.

 

https://www.easeandmore.com/

 

월경 셀렉트샵, 이지앤모어

 

www.easeandm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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